■ 4·7보선 민심 뭘 말하나 與 “40% 콘크리트 지지층 있다 - 文 레임덕은 없다” 등 집단적 맹신… 시대정신 소멸하고 감성팔이만 4·7보선 앞두고 정권심판론이 인물·이슈 눌러… 吳·安 ‘전략적 단일화’후 중도층 ‘反文’ 가속화 미국 공화당의 미디어 전략 책임자였던 정치 컨설턴트 프랭크 런츠는 ‘먹히는 말: 단숨에 꽂히는 언어의 기술’에서 ‘먹히는’ 프레임에 대한 천재적 통찰을 보여줬다.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연거푸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프레임이 유권자에게 먹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0년 지선에서는 더 이상 먹히지 않았다. 모든 정치 프레임은 ‘유통기한’이 있기 때문이다. 2017년 대선, 2018년 지선, 2020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적폐청산 프레임의 유통기한도 끝났다. 런츠의 개념을 빌리면 대중이 더 이상 구매하지 않는 것이다. ◇적폐청산 유통기한 끝 ‘메신저 거부 현상’이 벌어지면 메시지는 먹히지 않는다. “지난 선거에서 연이어 파란색(민주당)을 찍은 당신에게, 그러나 이번만은 파란색에 표를 주지 않겠다는 당신에게. 압니다, 당신의 실망·허탈·분노. 기대가 컸었기에 더 크게 실망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압니다.…당신은 빨간색(국민의힘)이 어울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얼마 전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물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파토스가 로고스보다 나을 수도 있지만, 에토스가 무너지면 아무도 듣지 않는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4년 전 국민으로부터 적폐청산과 개혁의 과업을 부여받았던 민주당은 개혁 성공의 전제조건이나 다름없는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는 점에 절박한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며 ‘신뢰 상실’을 위기로 받아들였다. 유권자가 정당이나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은 세 가지다. ① 좋아해서 ② 필요해서 ③ 상대가 싫어서다. 이번 선거는 정치구도가 인물과 이슈를 압도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에 대한 민주당의 네거티브 공세가 거의 먹히질 않는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후보를 겨냥한 BBK나 도곡동 땅 공세가 먹히지 않은 것과 비슷하다. ‘최초의 여성 서울시장’과 같은 인물 프레임도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이슈도 실종됐다. 2017년 대선, 2018년 지선, 2020년 총선을 지배했던 탄핵·한반도 평화·코로나 같은 메가 이슈는 물론 대중의 찬반을 가르는 이슈조차 없다. 대신 정권심판 프레임이 인물과 이슈를 압도한다. 이런 상황에서 네거티브 난타전은 민주당에 유리할 게 없다. ‘상대가 싫어서’ 투표하려는 야당 지지자의 의지를 강하게 할 뿐이다. ◇민주당의 거대한 착각 선거 전략을 단순화하면 네 가지다. ① 나에 대한 지지 강화 ② 나에 대한 반대 약화 ③ 상대에 대한 반대 강화 ④ 상대에 대한 지지 약화. 선거 전략이란 이 네 가지 중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과 정해진 타깃에 맞춰 프레임·이슈·메시지·홍보를 실행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①과 ③에만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의 전략적 오류는 세 가지 ‘거대한 착각’에서 온다. ① 우리에겐 40%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다. ② 중도는 ‘적폐청산’ 전선에서 이탈하지 않는다. ③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은 없다. 오랜 경험을 통해 모든 정권이 예외 없이 콘크리트 지지층은 없고 레임덕은 있다는 것을 배웠음에도 그런 ‘집단적 맹신’에 빠진 것은 역사에 대한 오만한 태도다. 단언컨대 콘크리트 지지층이란 없다. 5년 단임제 아래의 대통령 지지율은 ‘번지 점프’ 같아서 일단 뛰어내리면 몇 번의 반등은 있지만 결국 내려오게 돼 있다. 지난주 한국갤럽의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잘하고 있다’ 34%, ‘잘못하고 있다’ 59%였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는 지난 2월 둘째 주 긍정 41.3%, 부정 54.7%에서 3월 넷째 주 긍정 34.4%, 부정 62.5%로 벌어졌다.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28일 발표된 문화일보·엠브레인 여론조사도 긍정 33.4%, 부정 62.8%로 부정이 압도적으로 높았다.(이상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비슷한 시기의 거의 모든 조사에서 국정운영 지지도에서 긍정은 35%가 무너졌고, 부정은 55%를 넘어섰다. 35% 대 55%는 승패를 가르는 변곡점이다. 최근 일련의 조사는 집권세력에 대한 중도의 이탈을 보여주는 확실한 수치다. ◇정권심판 프레임 강화 문재인 정부는 일모도원(日暮途遠), ‘서산에 해는 지고 갈 길은 먼’ 신세다. 적폐청산 유통기한은 끝나가는데 정권의 레거시는 없다. 정권의 명운을 걸었던 한반도 평화는 요원한데 북한은 연일 탄도미사일을 쏘고 있다. 검찰개혁은 조롱거리가 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가장 강력한 대선 주자가 됐다. 부동산 가격과 세금 폭등으로 불타는 민심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기름을 부었다. K-방역마저 백신의 늪에 빠져 자산에서 부채로 전환됐다. 민주당은 조직력에 의한 승리를 기대하지만, 투표율이 20∼30%에 머물렀던 과거의 재·보궐선거라면 모를까, 사전투표와 투표시간 연장으로 50% 내외의 투표율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정신승리’일 가능성이 커진다. 정권심판 프레임으로 야당 지지층은 결집하고, 적폐청산 프레임이 약화하면서 민주당 지지층은 이완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 투표층은 야당 지지층에서 훨씬 많이 발견된다. 민주당의 지지기반인 20∼40대의 투표 이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선거는 절박한 쪽이 이긴다. 지금 야당은 절박하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칸타코리아에 의뢰한 조사에 따르면 안철수를 지지했던 74.4%가 단일화 이후 오세훈 지지로 이동했다. 승리의 충분조건인 ‘전략적 단일화’는 ① 두 후보의 지지 기반이 겹치지 않고 ② 패배한 후보 지지자의 70% 이상이 단일후보로 이동하며 ③ 단일후보가 상대를 압도적으로 이길 것이란 세 가지 조건을 요구하는데, 오세훈·안철수 단일화가 모든 조건을 충족시킨다. ◇집권세력의 총체적 난국 범야권이 절박함 속에서 단일대오를 유지하는 것과는 달리 집권세력은 구성원 모두가 승리를 원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 집권당 후보의 패배는 ‘대안 부재’ 심리로 이어져 특정 유력 대권 주자의 대세론을 살찌울 수도 있다. 4·7 보선에 나선 여야 후보의 지금과 같은 격차는 좁혀지겠지만, 민주당이 완전히 판을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성추행 사태’에 따른 선거인만큼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았다면 ‘원칙 있는 패배’라고 할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원칙 없는 패배’로 끝날 가능성이 커진다. ‘레드 팀’도 없고, ‘플랜 B’도 없는 전략 부재가 패배를 자초하는 형국이다. 정치컨설팅 민 대표 ■ 세줄 요약 적폐청산 유통기한 끝 : 2017 대선 이후 더불어민주당에 압승을 안겨준 적폐청산 프레임 유통기한은 끝났으며, 4·7 보궐선거에선 정권심판 프레임이 인물과 이슈를 압도함. 민주당이란 메신저에 대한 유권자의 거부 현상임. 민주당의 거대한 착각 : 민주당의 전략적 오류는 ① 40%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다 ② 중도는 이탈하지 않는다 ③ 문재인 레임덕은 없다 등 ‘거대한 착각’에서 온 것. 일련의 여론조사는 여당에 대한 중도의 확실한 이탈을 보여줌. 집권세력 총체적 난국 : 與는 조직력과 감성팔이로 ‘정신승리’를 하려 함. 野는 단일대오를 유지하지만, 집권세력은 모두가 승리를 원하는 것도 아님. ‘레드 팀’도, ‘플랜 B’도 없는 전략 부재가 與의 패배를 부르는 형국. ■ 용어 설명 ‘프랭크 런츠’는 미국의 정치·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그는 자신의 특기를 “특정 정치·경제적 이슈나 후보자에 대한 여론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말들을 찾거나 언어를 테스트하는 것”이라고 설명. ‘레드 팀’은 조직 내 취약점을 발견해 공격하는 역할을 하는 팀. 조직의 성공을 위해 의도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선의의 비판자 역할을 함. 일종의 ‘악마의 대변인’ 같은 역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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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1033001030242000001